8 October 2024 | 리걸타임즈(legaltimes.co.kr) | 김덕성 기
미국의 고급호텔 15개에 대한 매매계약 해지를 둘러싸고 미 델라웨어 형평법원에 제기된 안방보험과 미래에셋자산운용 간의 국제분쟁은 변론기일이 8월 24일로 지정된 가운데 양 당사자가 소송 관련 서증을 서로 공개하는 '이디스커버리(eDiscovery) 절차'가 집중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매매대금이 7조원에 이르는 이 빅 소송에서 미래에셋 측에 이디스커버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어디일까. 주로 외국계 회사들이 이디스커버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가운데, 지난해 6월 한국 토종 이디스커버리 업체로 출범한 인텔렉추얼데이터(Intellectual Data, 약칭 InDa)가 미래에셋에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국내외 로펌 등 관련 업계에서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리걸타임즈는 이번호 '리걸테크 탐방' 순서로 서울 서초동의 서울중앙지법 청사 인근에 위치한 인텔렉추얼데이터를 찾았다.
K-디스커버리에도 관심 많아
인텔렉추얼데이터의 조용민 대표는 먼저 한국 소송에선 아직 디스커버리 절차가 도입되지 않았다며 서울중앙지법 청사 앞에 사무실을 마련한 것은 순전히 우연한 결과라고 선을 그었다. 조 대표는 그러나 특허침해 발생 시 입증 부담을 완화하고 분쟁의 조기 종결을 위해 특허청에서 추진 중인 한국형 디스커버리 즉, K-디스커버리 연구사업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얼른 말을 이었다.
조용민 대표는 지난해 6월 인텔렉추얼데이터를 설립하기에 앞서 외국계 이디스커버리 업체의 한국 대표를 맡아 7년 넘게 국내에서 활동한 이 분야의 전문가로, 말하자면 조 대표의 이러한 경험과 역량이 축적되어 출범한 토종 이디스커버리 업체가 InDa라고 할 수 있다.
조 대표는 먼저 InDa의 강점으로 서버를 국내에 두고 이디스커버리 전 과정을 국내에서 진행하는 데 따른 높은 보안성과 순수 국내자본으로 설립되어 로열티 지급 등의 부담이 없는 토종업체로서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을 강조했다.
"디스커버리 절차는 소송 당사자끼리 서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기업 기밀문서의 유출 위험이 존재한다고 보아야 해요. 기업의 핵심기술이 제3국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강력한 정보보안 능력이 대전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어 표준보안 프로토콜인 '마이크로소프트 시큐리티 센터(MS Security Center)'를 적용한 데이터 센터와 갈수록 치밀해지는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기업 핵심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사전보안스크린'을 InDa 보안시스템의 핵심으로 소개했다. 조 대표는 "InDa의 사전보안스크린은 프로젝트별로 격리된 데이터 전체를 문서 리뷰 전에 검사해 랜섬웨어 · APT · 정보유출 바이러스의 보유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데이터 손실 및 유출 위험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InDa에서는 제출이 필요한 문서들을 모두 한국에서 변환절차를 거침에 따라 기업 중요 자료의 원본데이터 해외 반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문서 변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문서의 원본 데이터를 그대로 해외로 반출하게 되어 민감 정보의 유출이라는 위험이 제기될 수 있다.
조 대표는 이와 함께 프로그램적인 방법으로 이디스커버리 소프트웨어인 'Relativity'에 올리는 데이터를 줄이고, 매뉴얼 작업을 자동화해 비용과 에러를 줄이는 효율을 도모하는 것이 InDa의 남다른 경쟁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InDa는 이러한 경쟁력을 내세워 설립 후 1년 사이에 자동차 관련 국내 H그룹의 제조물책임 해외 집단소송과 경쟁사가 제기한 해외소송에 대비한 이디스커버리, 카메라 부품 관련 기업의 경쟁사와의 IP소송, 유명 디스플레이 회사의 해외 IP소송, 국내 상장사의 태양전지 모듈 관련 경쟁사와의 해외소송, 자동차부품 기업의 해외 집단소송에 대한 문서리뷰 등 수많은 이디스커버리 프로젝트와 소송지원 서비스를 진행하며 발 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Quinn Emanuel, Jones Day 등과 협업
InDa와 협업해 이디스커버리 서비스를 수행한 미국 로펌 명단엔 미래에셋 소송의 소송대리인인 Quinn Emanuel과 Sheppard Mullin, DLA Piper, K&L Gates, Covington & Burling, Jones Day 등 유명 로펌의 이름이 이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설립 후 1년도 안 되어 상당한 실적을 내고 있는, 장래가 촉망되는 법률 IT기업이 InDa인 셈이다.
이디스커버리 경력 10년을 바라보는 조용민 대표가 이끄는 InDa엔 조 대표를 포함해 포렌식 수집-프로세싱-호스팅 등으로 이어지는 이디스커버리 서비스를 책임지는, 영어로 외국 업체와의 컨퍼런스콜이 가능한 전문가 8명이 상주하고 있으며, 이디스커버리 작업을 통해 추출된 문서의 리뷰는 외부의 미국변호사들과 계약을 맺어 해결하고 있다.
삼성 vs 애플 특허분쟁도 관여
InDa에 따르면, 조 대표를 포함한 인텔렉추얼데이터의 전문가들은 이전에 근무한 외국계 업체에서의 실적을 포함해 200건 이상의 이디스커버리 프로젝트 경험을 축적한 경력자들이라고 한다. 그중엔 삼성과 애플 사이의 특허분쟁에서 삼성 측에 제공한 이디스커버리 서비스도 있고, 이런 인연으로 조 대표 팀은 이후 삼성의 특허 분야 이디스커버리를 5년간 수행하기도 했다.
"제가 국내 토종기업을 설립한 이유는 과거에는 이디스커버리 서비스에 대응할 인프라가 부족해 글로벌 기업에 많이 의존했지만, 이 때문에 해외에 로열티를 지급하게 되면서 비싸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에 안타까움이 컸기 때문입니다."
조용민 대표는 그러나 "지금은 기술의 발전과 전문가의 육성 등을 통해 국내 자원을 가지고도 충분히 대응이 가능해졌다"며 "InDa는 이디스커버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에서 나아가 자동화작업의 확대 등 이디스커버리에 관련된 기술개발을 끊임없이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이디스커버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이 분야의 핵심기업에서도 잘 한다며 관심을 보이는 등 InDa에 대한 반응이 매우 고무적"이라며 "토종기업으로서의 뛰어난 보안성과 함께 서비스 효율화로 한국기업의 미국 소송 리스크를 완벽하게 해결하겠다"고 거듭 의욕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