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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 무선호출기 동시 폭발 사건! 대규모 해킹 공격은 어떻게 실행되었나?

18 October 2024

레바논 일대에서 무선호출기(삐삐)와 무전기(워키토키) 등이 이유 없이 폭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현지시간 18일 기준, 레바논 동부 베카 밸리와 수도 베이루트 외곽 등지에서 헤즈볼라 대원들이 사용하는 휴대용 무전기가 연쇄 폭발해 20명이 숨지고 450여 명이 다쳤다고 합니다. 전날에는 레바논 내 헤즈볼라 거점 곳곳에서 삐삐 수천 대가 동시에 폭발해 어린이 2명 등 12명이 사망하고, 2천7백여 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헤즈볼라 사용 무선호출기와 무전기 연쇄 폭발로 대규모 사상 

헤즈볼라는 최근 통신보안을 위해 무선호출기를 대량 구입해 휴대전화 대신 사용해 왔으며, 무전기도 비슷한 시기에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CNN은 이번 폭발이 "모사드와 이스라엘군의 합동 작전 결과"라고 했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적을 교란하기 위한 이스라엘의 가장 야심찬 비밀 작전 중 하나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번 연쇄 폭발의 배후로 지목된 미국과 이스라엘의 반응도 미묘합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란에 직접 비공식 핫라인을 통해 "이 사건들에 대해 알지 못했고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언급했으며,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 소통보좌관은 18일 브리핑을 열고 이번 사건과 관련, "우리는 어떤 종류의 확전도 원치 않으며 이 위기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이 추가적인 군사적 작전이라고 전혀 믿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작전 실행 직전에 제한적으로 인지했다는 미국, 과연 몰랐을까?

하지만 미국 매체인 악시오스는 이번 사건에 대해 이스라엘측은 미국에 작전 착수 사실을 알렸다고 보도했는데요.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공격 돌입 몇 분 전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에 전화를 걸어 곧 레바논에서 작전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고 합니다. 

미국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기 위한 조치로 갈란트 장관은 구체적인 작전 내용은 알리지 않았고, 미국도 이를 심각한 통보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해명했는데요.

그런데 하필 현지에 있는 미국계 기관인 아메리칸 대학 병원(AUMBC)이 공격이 있기 약 2주 전인 8월 29일, 병원 내에서 사용하는 호출기를 새로운 것으로 바꿔서 의심을 더했습니다. 병원 측은 소셜미디어 X(舊 Twitter)에 "우리는 이미 올해 4월에 기존의 낡은 호출시스템 장비를 새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했고, 새 시스템으로 전환한 날짜가 8월 29일이다. 우리 병원은 지난 3시간 동안에만 160명이 넘은 환자를 받았다. 병원에 대한 음모론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의혹은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현재 폭발한 기기의 제조사로 처음 지목됐던 대만 기업은 관련성을 부인했고, 이 회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무선호출기를 팔았다는 헝가리 업체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란 의혹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또 불가리아의 한 컨설팅 업체도 무선호출기 판매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삐삐 폭탄' 제조자를 찾아내기 위한 조사가 국경을 넘어 갈수록 확대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기까지 합니다.


​오랜 기간 준비가 필요했을 동시 폭발 해킹 공격

이번 사건에서 이상한 점은 2가지입니다. 하나는 어떻게 오염된 장비를 사용하도록 유도했는지, 하필 이스라엘군의 주력부대가 준비되지 않은 급박한 상황에 일제히 발생했는가 하는 점입니다. 

많은 안보 분석가 역시 이번 작전에 대해 독립적으론 큰 전략적 의미가 없으며 국제적 여론만 나쁘게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전직 모사드 고위 요원이었던 오데드 에일람은 워싱턴포스트에 "최근 이스라엘의 잇단 암살 성공으로 인해 헤즈볼라가 로우-테크 장치로 가기로 한 기회의 창을 활용하려면, 폭발물 설치에서 작동까지의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는데요. 여기에서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ABC 뉴스는 미 정보당국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서 "이런 종류의 작전은 최소 15년 동안 계획돼 온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스라엘은 문제의 작전을 위해 페이퍼 컴퍼니 여러 개를 운영했을 뿐 아니라 여러 계급의 이스라엘 정보요원과 자산들을 활용해 실제로 무선호출기를 생산하는 합법적인 회사를 운영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는데요. 긴 시간 준비한 작전이 우발적으로 수행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작은 무선호출기로 막대한 폭발력을 낼 수 있었던 이유 

하지만 우리에게 더 큰 화두가 되는 것은 첫 번째 질문입니다. 일각에서는 배터리가 폭발한 것이 아닌가 하는데, 리튬 배터리가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폭약이 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번 사건은 100% 사전에 폭약이 장입된, 오염된 장비가 정확하게 유통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실제 다양한 현지 매체나 분석가들 역시 PETN(PentaErythritol TetraNitrate, 펜타에리스리톨 테트라니트레이트)이 사용되었을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는데요. 최근 생산되는 폭약은 생각보다 더 적은 양으로도 점화될 수 있습니다. 알 자지라는 "레바논 정부는 불발한 호출기를 분해해 PETN 1~3g가량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사전에 정해진 메시지를 보내면 폭발하도록 설계된 이 호출기의 배터리 주변에선 공 형태의 금속이 발견됐는데, 이는 폭발 시 총알처럼 튀어나가 폭발의 치사율을 높인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군에서 사용하는 훈련용 수류탄 역시 뇌관에 직접적으로 들어간 폭약은 1g보다 적은 양이죠. 그래도 손에 쥐고 터뜨리면 충분히 큰 상해를 입힐 수 있을 파괴력입니다. 거기에 파편이 비산할 수 있도록 금속체까지 추가되어 있는데요. 몸에 가장 가깝게 지닌 무선호출기나 무전기라면 충분히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무선호출기와 같은 통신수단에 이 폭약을 장입한 것은 원격으로 기폭신호를 전달하기 위해 선택된 방식이었겠죠.


​해킹의 시작, 조작된 무선호출기 도입 유도를 위한 정보전

이번 폭약이 100% 의도된 작전이라면, 그렇다면 어떻게 불특정 다수의 장치를 헤즈볼라가 채택하도록 한 것일까요? 어떻게 기존 기기들을 버리고 일괄적으로 이 기기들을 채택하도록 했고, 또 일상적 통신기기의 신호와 어떻게 구별되게 기폭신호를 보냈는지를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통신기기 중 위치추적이 안되는 통신기기는 무선호출기가 유일합니다. 앞서 이스라엘이 지속적인 암살 작전에 성공하면서 헤즈볼라에게 하이테크 장비에 대한 공포심을 심어줬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 공포심을 이용해 로우-테크 장비를 채택, 대원들에게 배포하는 것은 어렵지만 가능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또한 대만 등의 유령회사를 통해 십여 년에 걸쳐 기폭장치가 달린 무선호출기를 제조, 헤즈볼라에 납품했다고 하는데요.

실제 폭발한 무선호출기는 대만 골드 아폴로사 로고를 달고 있었지만 골드 아폴로측은 폭발한 장비가 자사 브랜드 사용 허가를 받은 헝가리 업체 'BAC 컨설팅 KFT'가 제조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폭발물과 기폭장치가 심어졌을 것이라는 거죠. 그런데 이 회사는 이스라엘 정보당국의 유령 회사로 밝혀졌습니다. 


​여론전, 심리전, 사회공학적 공격이 포함된 복합적 해킹 

이들 업체는 일반인들에게도 무선호출기를 판매했지만, 헤즈볼라 쪽에는 PETN을 넣은 배터리가 장착된 제품을 따로 생산해 판매했다고 당국자들은 말했습니다. 이들 기기는 2022년 여름부터 헤즈볼라 쪽에 소량씩 공급돼 왔으며, 헤즈볼라 최고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의 휴대전화 원격 해킹 가능성을 우려해 내부 통신 매체를 무선호출기로 제안하면서 잠재적 위협성은 실체적 위협으로 변하게 되었습니다.특히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가자전쟁이 시작된 뒤 무선호출기 사용 빈도는 늘어났는데요. 헤즈볼라는 지난 여름 수천개의 무선호출기를 추가로 수입, 다수를 헤즈볼라와 헤즈볼라 지원 세력 쪽 관계자들에게 보급했다고 합니다. 

공격과 괴소문 확산의 배경에 이스라엘의 여론전이 있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스라엘이 휴대폰을 해킹해 원격으로 마이크와 카메라 등을 작동시켜 소유자를 감시할 수 있다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이야기는 몇 년 전부터 아랍권에 퍼져 있었습니다. 

무선호출기가 헤즈볼라에 대거 배포된 배경엔 그 어떤 휴대전화 통신도 더는 안전하지 않다는 소문, 그리고 메시지를 받기만 하는 무선호출기는 기지국으로 어떤 정보도 보내지 않아 자신의 위치를 노출하지 않는다는 '갑자기 생긴 정보' 때문이었겠죠.


​실제 물리적 피해까지 가능해진 해킹 공격의 위험성 

우리는 이 공격이 10여년 전부터 기존 사이버 보안에 경각심을 울렸던 APT(Advanced Persistent Threat) 공격과 유사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합니다. 기존 해킹이 사이버 공격을 통한 개인정보 누출, 심하게는 랜섬웨어 배포 등에 초점을 두었다면 지금은 물리적인 상해까지 입힐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이죠. 

거기에 각종 사회공학적 해킹 기법을 활용해 사람들의 심리를 악용하여 이런 악성 공격을 실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유출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가족 중 하나의 전화기를 끄게 할 정도로 스팸 공격을 가한 뒤 스팸 공격을 받아 연락이 안되는 당사자의 목소리를 변조, 입금을 유도하는 보이스 피싱 공격 역시 이와 본질적으로는 유사한 공격입니다. 


​지난 딥 페이크 사건과 같이 다양한 공격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심리적, 사회공학적 기법들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겁니다. 개인이 경각심을 가지고 조직이 보호를 한다고 모든 부분에서 생긴 취약점을 완벽히 막을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보안이 다양하고 복잡한 고리 중 가장 취약한 부분을 항상 노리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항상 주의하고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 Cyber Security
  • 전자증거개시 진행 시 불리한 증거를 고의로 감춘다면?
    전자증거개시 진행 시 불리한 증거를 고의로 감춘다면?

    영미법 상 민사 소송에서 필수적인 절차로 진행하는 전자증거개시 제도, 국내 기업들도 해외, 특히 미국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내 소송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제도이다 보니 다소 낯설기도 하고,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아직 많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전자증거개시 규정을 어길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소송 당사자가 스스로 불리한 증거를 공개한다고?국내 소송 기준으로 쉽게 이해 혹은 납득이 안되는 부분은 대부분 스스로 증거를 공개하는 디스커버리의 방식일 것입니다. 국내 민사소송에서는 각 소송 당사자가 자신이 필요로 하는 증거를 직접 수집하여 법원에 제출하지만, 미국 민사소송에서는 각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송 관련 증거를 스스로 정리해서 제출해야 합니다.물론 제출하는 증거 속에는 당사자에게 유리한 내용도, 불리한 내용도 포함되게 됩니다. 미국 소송 당사자인 양측이 소송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완전히 공개하기 때문에 국내 소송과 달리 증거 수집의 절차와 시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만약 불리한 증거를 숨기거나 조작한다면 어떻게 될까?이런 미국 민사소송의 증거 수집을 위한 전자증거개시 절차를 알게 되면 당연한 의문이 하나 들게 됩니다. 증거를 숨기거나 조작할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 말입니다. 특히 전자증거는 종이로 된 서류보다 조작이나 파기가 더 쉽기 때문에 전자증거개시를 회피하고자 하는 유혹이 더 강할 수 있습니다. 만약 진행하는 민사소송이 수백억, 수천억원대 규모라면 더더욱 재판의 결과를 좌우할 증거를 제출하지 않거나 조작하고 싶지 않을까요?물론 미국 법원에서도 소송 중 전자증거개시 규칙을 위반한 사례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위반 사례가 많은 편은 아니며, 대부분의 전자증거개시 절차는 완전히 투명하게 상호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고의로 전자증거개시 절차와 규칙을 위반하면? 벌금부터 최대 패소까지!이처럼 전자증거개시를 철저하게 지키는 배경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위반 시 아주 강력한 제재(Sanction)가 가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미국 소송 중 전자증거개시에 관한 규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가해지는 제재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매우 다양합니다. 징벌적 벌금 및 상대방 소송 비용에 대한 벌금을 부과하는 제재, 특정 주장 또는 반론을 금지하거나 법원에 증거 관련 사안의 제출을 금지하는 ‘의의/방어 제지’ 그리고 판사가 공식적으로 배심원에게 ‘불리한 사실’로 추정하도록 지시하는 ‘불리한 추정’ 등의 제재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제재는 재판 없이 소송에서 한 당사자가 승소한 것으로 결정하는 ‘궐석 재판’입니다. 이럴 경우 자칫하면 대규모 민사 소송에서 패소하여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입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매우 강력한 법원의 조치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전자증거개시를 고의로 위반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입니다. 다만 고의성이 없더라도 증거를 누락하거나 훼손할 경우 제재가 가해질 수 있기 때문에 실제 미국 민사소송 진행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전문기업과 함께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인텔렉추얼데이터는 지난 5년간 150건 이상의 누적 진행 케이스 경험을 갖춘 전자증거개시 전문기업으로 국내 기업에게 가장 적합한 솔루션과 전문 컨설팅을 제공합니다. 

    Oct 22 2024

    다시 시작된 기아 보이즈의 악몽? 미국 자동차 시장의 특수성과 API 취약점이 만든 새로운 차량 해킹 위협
    다시 시작된 기아 보이즈의 악몽? 미국 자동차 시장의 특수성과 API 취약점이 만든 새로운 차량 해킹 위협

    2022년 8월, 틱톡에서 소위 'Kia Challenge'라며 현대/기아 자동차를 훔치는 것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이모빌라이저가 없는 구형 현대/기아 자동차를 노려 도둑질하는 영상이 유행처럼 번진 것인데요. 이런 도둑질을 하는 10대 비행 청소년들은 일명 '기아 보이즈(Kia boys)'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이들에게 특히 현대/기아차가 먹잇감이 되었던 것은 취약한 보안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었습니다. '엔진 이모빌라이저' 장치가 없어 쉽게 훔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엔진 이모빌라이저에서 시작된 기아 보이즈 사태엔진 이모빌라이저는 도난 방지용 시동 제어장치로, 자동차 키를 꽂는 곳에 특정 암호를 저장한 칩을 내장하는 장치입니다. 차주가 이 암호와 같은 번호를 가진 자동차 키를 꽂아야 잠금장치가 해제되고 자동차에 시동이 걸리게 되죠. 유럽연합(EU), 캐나다 등은 차량 내 이모빌라이저 장착을 법으로 의무화했으며, 국내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스마트키·버튼 시동 시스템 또한 이모빌라이저 기능을 기본으로 합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여전히 선택 사항이었고, 구 현대/기아차의 취약점이 노출됐죠.실제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는 신고가 들어온 도난 차량 가운데 66%가 현대/기아차인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는데요. 현대는 부랴부랴 모든 판매 차량에 자체적으로 이모빌라이저를 표준 탑재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구버전 차량들에는 문제가 있었죠. 이런 이유로 미국의 대형 자동차보험사 일부는 현대/기아 차량에 대한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아예 신규 보험가입을 거부하기도 했습니다.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도 막지 못한 차량 도난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월, 현대자동차측은 도난방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 추산치로 약 830만대 규모의 업데이트를 했지만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업데이트 이후 15시간만에 2020년 기아 옵티마(K5)가 도난을 당한 것이죠. 전문가들은 USB 케이블을 이용한 기존 도난 수법이 적용되었다고 분석했습니다.현대자동차 미국 법인측은 보완책으로 보안 키트를 추가로 개발해 고객들에게 제공했습니다. "우리가 제조한 차량은 모든 미국 안전 기준에 부합하거나 초과한다"면서도 "차량 절도 방법을 무력화할 수 있는 새 보안키트를 10월 1일부터 판매하겠다"고 설명했는데요. 하지만 소송은 막지 못했습니다. 미국 내 여러 주에서 현대기아를 상대로 도난사건 발생에 관련해 집단소송이 제기되었죠. 위스콘신을 포함한 7개 주 법원에서는 최근 '설계 결함으로 차량이 도난당했다'며 현대차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이 잇따라 제기되었는데요. 현대측은 미국 당국이 요구하는 도난 방지 요건을 갖췄다고 맞섰지만 결국 최대 2700억 원 가량의 현금 보상이라는 합의점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차량 번호만 알면 원격 제어 가능? 새로운 차량 해킹 악몽문제는 현대에게 또 시련이 다가왔다는 겁니다. 차량 번호만 알고 있으면 원격제어가 가능한 희대의 취약점이죠. 지난 26일, 화이트 해커이자 취약점 현상금 사냥꾼 샘 커리는 자신의 유튜브에 '기아툴(Kia Tool)'이라는 커스텀 어플리케이션으로 2022년형 기아 EV6를 해킹하는 모습을 직접 게시했습니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던 걸까요?그 원인은 취약한 API 구조와 미국 시장의 특수성에 있었습니다. 미국 시장에서 차량 딜러의 권한은 꽤나 큰데요. 우리나라에서 차량을 구매할 때는 자동차 제조 회사에 소속된 영업사원과 대리점에서 상담을 하게 됩니다. 영업사원을 거치는 구조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자동차 제조 회사에서 직접 고객이 사는 거죠. 고객은 원하는 차에 대한 옵션을 선택하고 대리점에서는 이걸 주문해 주는거죠. 주문대로 공장에서 생산해 주는거고요.하지만 미국은 '딜러가' 원하는 차를 딜러가 미리 주문해서 받고, 그것을 다시 고객에게 파는 시스템입니다. 또 한국과 달리 딜러는 각 주의 DMV(Department of Motor Vehicles)와 협상하여 번호판을 발급해주는 역할도 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권한이 상당히 강력합니다. 고객들 차대 번호만 알고 있으면 고객 개인정보를 모조리 출력해 볼 수도 있고, 차량 소유주의 개인정보를 임의로 변경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자동차 딜러가 되기 위해선 교육을 이수하고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합니다만, 이렇게 잠재적으로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것 자체부터 보안 취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현실로 일어났죠.사물인터넷(IoT) 기능 위한 API에서 발견된 보안 취약점기아자동차 역시 시대에 맞춰 사물인터넷(IoT) 기능을 채택하고 있는데요. 자동차 잠금을 해제하는 등의 원격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WebAPI를 사용해서 통신합니다. 문제는 이 API 서버의 구조였습니다. 앞서 딜러의 역할이 크고 많은 것을 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딜러의 세션 키와 VIN, 차대 번호만 알고 있으면 특정 차량의 소유자 정보를 변경할 수 있게 됩니다.문제는 딜러로 가입해서 세션 키를 발급받는 것은 별다른 제약 없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딜러 시스템과 API 서버는 분명히 별개로 분리되어 있었지만, 이 딜러 시스템이 API 서버와 거의 동일한 API 구조로 만들어져 있어서 도메인 앞부분만 변경하면 거의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공격자는 임의로 딜러 토큰을 생성하고 → 해당 토큰으로 공격 대상 차량의 VIN을 입력해서 개인정보를 받은 뒤 → 차량 소유자 개인정보를 공격자로 변경하고 → 차량 원격 조작 API 서버에 붙어 원격 조작을 수행, 차량을 탈취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그런데 이 취약점이 현대차에만 작동하는 것은 아니었다는 게 문제입니다. 벤츠, BMW, 모든 일본차 브랜드, 심지어 롤스로이스까지 완전히 동일한 방식으로 차량을 탈취할 수 있었던 겁니다. 벤츠의 경우 이 딜러 계정으로 웹 사이트의 소스 코드가 담긴 Git 보관소에 접근할 수 있기까지 했습니다. 이것은 사람에 대한 라이선스 발급과 교육 등으로 안전장치를 만들어 놓았다 하더라도 본질적으로 비지니스 로직 자체가 취약점을 가지고 있고, 가장 약한 취약점 고리가 드러나는 순간 보안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API의 근본적 보안 문제, 기술적인 안전장치 필요해기본적으로 API는 숨길 수 없고, 쉽게 찾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또한 요즘 차량들은 모두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 구조라서 공격할 수 있는 방법이 매우 많기도 하죠. 물론 이 취약성은 지난 6월에 발견, 9월 26일에 모두 조치되었음이 확인 및 공개되어서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으로 차량을 탈취당한 피해자도 아직까지는 없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취약점으로 12개 완성차 브랜드 웹사이트를 해킹할 수 있었했고, 수백만대 차량을 원격 제어할 수 있었습니다.이번 사건에 대해 스테판 새비지 교수는 "스마트폰 지원 기능을 통해 젊은 층에 어필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이 웹사이트를 통해 차량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취약점을 늘렸다. 이러한 사용자 기능과 클라우드 기능을 휴대폰에 연결하면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공격이 시작된다"고 말했습니다.많은 기업들이 보안 프로세스를 채택하면서 기술적인 방어만 중시하기도 하고, 업무체계 부분의 방어만을 중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항상 보안 취약점은 가장 취약한 연결고리를 끊고 들어온다는 것입니다. 그 고리가 제도 등의 문제로 개선될 수 없다면, 단순히 라이선스를 소유한 사람의 도덕성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이중 삼중의 방어장치를 통해 보다 더 꼼꼼한 방어 조치가 수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Oct 18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