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 October 2024
IoT(Internet of Things)는 점점 우리 생활에 깊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최신 가전제품은 이미 인터넷에 연결되어 어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상태를 실시간으로 보여주거나 혹은 원격으로 조작을 주고받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죠. 심지어 AI가 탑재되면서 사용자의 행동을 분석, 자동으로 작동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는 꽤나 무서운 이야기가 나돌고 있는데요.
우리집 로봇청소기가 나도 모르게 나를 훔쳐본다?
지난 23일, 미네소타주에 사는 변호사 다니엘 스웬슨은 TV를 시청하던 중 로봇청소기에서 끊어진 라디오 신호 같은 소리와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고, 청소기 앱에서 낯선 사람이 자동 먼지 청소기의 라이브 카메라 피드와 원격 제어 기능을 해킹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기계 오류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스웬슨은 비밀번호를 다시 설정하고 청소기를 재부팅했지만 갑자기 로봇청소기는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가족 앞에서 욕설을 뱉았습니다.
비슷한 시기 텍사스주에서도 에코백스 로봇청소기가 주인을 향해 인종차별적 욕설을 퍼부은 사례가 보고됐고, 로스앤젤레스에서는 가족들의 반려견을 계속 쫓아다니면서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제품이 해킹됐는지, 해커가 누구인지는 아직까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제조사인 에코백스 측은 결함이 수정됐으며, 11월에 기기를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밝혔지만 불안감은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고성능 IP 카메라를 통해 사용자 사생활 노출 위험
다른 가전과는 달리 로봇청소기는 고성능 IP(Internet Protocol) 카메라를 통해 사물을 인식하는 기능이 핵심이기 때문에 해킹되면 사용자의 사생활이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해킹 사고가 발생한 에코백스는 중국 업체인데요. 비록같은 중국 업체지만 점유율 1위인 로보락에 대한 해킹 사례는 아직까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국내 중국산 로봇청소기의 시장 점유율이 80%나 될 정도로 높아서 중국산 로봇청소기에 대한 해킹 사고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에코백스 제품에 대한 보안 우려는 이전에도 제기된 바 있습니다. 지난 8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Defcon 해킹 컨퍼런스'에서 보안 연구원인 데니스 기스와 브레일린은 에코백스 로봇이 해킹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는데요.
두 연구원은 여러 에코백스 제품을 분석한 결과, 블루투스를 통해 로봇을 해킹하고 원격으로 마이크와 카메라를 몰래 켜는 데 악용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당시 연구원들은 에코백스에 취약점을 보고하기 위해 연락했지만 회사로부터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으며, 취약점이 아직 수정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에코백스측은 한참이 지나서야 이에 대한 개선을 하였지만, 당시 대변인을 통해 '연구원들이 발견한 결함을 회사가 수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사용자는 이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확신할 수 있습니다"고 말하면서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블루투스 수신 과정의 보안 취약점 그리고 허술한 경고 장치
연구진에 따르면 해당 취약점은 블루투스 수신 과정에 있었다고 합니다. 로봇청소기는 전원을 켤 때 20분 동안, 그리고 하루에 한 번 자동으로 재부팅될 때 블루투스가 활성화되는데요.
이 때 공격자가 130m 밖에서 적당한 블루투스 기기를 통해 악성 페이로드를 보내면 바로 로봇에 탑재된 리눅스 운영체제를 해킹, 와이파이 자격 증명을 탈취하고 이후 지속적으로 와이파이를 통해 기기를 제어, 방 구조가 담겨 있는 저장장치에 접근하거나 카메라, 마이크 등에 액세스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로봇청소기에는 5분마다 카메라가 켜져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오디오 파일이 있지만 한번 취약점을 공략당하면 파일을 손쉽게 삭제하거나 빈 파일로 바꾸는 등 은밀하게 활동할 수 있게 됩니다. 문제는 여기서 활용되는 IP카메라입니다.
공격자가 청소기를 조작하는 동안 로봇청소기는 스파이가 되기 때문입니다. 로봇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카메라와 마이크가 켜져 있음을 경고하는 하드웨어 표시등이나 기타 표시기가 없습니다. 유일한 경고장치는 소리 뿐이기 때문에 공격자는 아무런 흔적 없이 손쉽게 해킹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단순한 IP카메라 해킹을 넘어 클라우드 해킹까지
문제는 또 있었습니다. 로봇에 저장된 데이터 중에는 에코백스 클라우드 서버와 연결되는 인증 토큰이 있는데요. 이 토큰은 기기마다 고정된 채 바뀌지 않기 때문에 계정을 아무리 초기화했다고 하더라도 공격자는 클라우드에 몰래 접속, 데이터를 악용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에코백스사의 로봇청소기나 로봇 잔디깎이를 집어 올리면 PIN을 입력하도록 강제하는 도난 방지 메커니즘 역시 PIN값이 시스템 내부에 암호화되지 않은 평문으로 저장되어 있어 공격에 너무 취약합니다.
블루투스 취약점이 진입점이 되어 IP카메라에 대한 해킹, 그리고 나아가 클라우드에 대한 해킹까지 가능하게 된 것이죠. 문제는 이 IP 카메라는 로봇 청소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가정집 돌봄용이나 상업/공공시설 등에 방범용으로 광범위하게 보급되어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중국산 IP 카메라는 제조사가 서버/기기에 사용자 정보를 빼갈 수 있는 '백도어'를 심어둔 제품도 존재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가격적 이점으로 인해 중국산 제품 점유율이 80%를 넘는 상황에서, 또 한국산 마크를 달고 있다고 하더라도 ODM/OEM 제품이 많기 때문에 100% 믿을 수 없는 경우도 많죠.
빠르게 복잡해지는 IoT, 예측하기 어려워지는 취약점
실제 LG 홈봇, 국내명 로보킹 역시 지난 2017년에 취약점을 지적 받은 바 있습니다. 글로벌 보안 업체 연구진이 발견한 취약점을 악용하면 사용자의 홈 애플리케이션 계정에 연결된 기기를 해커가 원격 제어할 수 있다는 건데요.
해당 업체는 발견한 취약점에 대해 LG에 공지했으며, 이에 LG는 현재 패치된 버전의 스마트씽큐(SmartThinQ) 애플리케이션과 기기를 출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당시 공격자는 보호망을 우회하기 위해 클라이언트 레벨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다시 컴파일, 트래픽을 가로채는 공격을 했기에 이번 공격에서 쓰인 취약점보다는 더 복잡하고, 시행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가정용 무선 인터넷, 사물 인터넷, IP 카메라, 클라우드 저장소,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등 너무나 다양한 시스템이 취약하게 얽혀 있는 현재의 IoT 상황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아무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미 중국 음란 사이트에는 해킹된 IP카메라를 통해 불법 촬영된 한국 영상이 판매되고 있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는데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기술적 대책과 개인 보안 인식 개선 필요성
실제로 미국에서 IP캠을 조사한 결과 38만개가 넘는 IP 카메라가 제한 없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된 상태였으며, 아울러 30개 제조업체 가운데 27개 제조업체가 1234, 0000 등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기본 비밀번호로 설정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래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카메라가 탑재된 로봇청소기 등 국민 생활밀착형 개인정보 수집 기기에 대해 '개인정보보호 중심 설계(PbD)' 인증을 추진하고 있고, 지난해 가정용 방범카메라에 국내 최초 PbD 인증을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고학수 개인정보위 위원장은 인증제도와 관련하여 "청소기에 카메라가 달린 경우가 있는데, 집안 상황을 상시로 찍을 거란 불안감을 가진 소비자들이 있다"며 "우선적으로는 로봇청소기 등 한국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은 영역부터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한국의 정보주체를 상대로 마케팅하는 제품은 잠재적으로 다 포함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 역시 IoT는 굉장히 복잡한 체계와 다양한 장비가 결합되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단순히 특정 장비를 사거나 사지 않는데서 그치지 않고 이런 보안 문제는 모든 전자기기 제품에 대한 총체적인 문제라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서는 각각의 장치마다 기본값이 아닌 별도의 복잡한 비밀번호를 사용하고, 펌웨어나 운영체제를 지속적으로 최신화, 꾸준한 점검을 하면서 문제가 있더라도 조기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중국 생성형 인공지능 딥 시크(DeepSeek R1)의 과도한 이용자 정보 수집이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Open AI가 있는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금지령이 확산되고 있는데요. 계속되는 주요 기관의 딥 시크 접속 차단 조치외교부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가 6일 딥 시크 사이트 접속을 차단한데 이어 통일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도 7일 딥 시크 금지령에 동참했습니다. 앞서 행정안전부와 국가정보원은 지난 3일 모든 중앙부처와 광역 지방자치단체에 딥 시크, 오픈AI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사용할 때 민감한 정보는 입력하지 말라는 내용을 담은 보안 가이드라인을 발송한 바 있는데 이 같은 지침에 따라 접속 차단이 늘어나고 있습니다.한국거래소도 지난달 말 딥 시크 접속을 차단하는 등 내부 보안 조치를 실시했습니다. 한국 거래소는 현재 Open AI의 Chat GPT와 구글 제미나이 등 미국 기업들의 AI 서비스 이용은 막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역시 <보호나라> 홈페이지를 통해 생성형 AI 사용 시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주소 및 금융 정보 등의 개인 정보를 입력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내용이 포함된 ‘생성형 AI 사용 관련 주의 보안권고’를 공지했습니다. 생성형 AI 공개가 하루 이틀 일이 아닌데 이렇게 나오는 것은 다분히 딥 시크를 겨냥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딥 시크 코드 해독으로 밝혀진 개인정보 유출?거기다 개인정보 유출 증거가 나왔다며 미국 사이버보안업체 페루트(feroot) 시큐리티의 이반 차린니 최고경영자(CEO)가 AI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딥시크의 코드를 해독한 결과 감춰진 부분을 발견했다는 보도가 미국 ABC방송을 통해 발표되었는데요. 차린니 CEO는 "중국 정부의 통제 아래 있는 서버들과 중국 내 회사로의 직접적 연결이 보인다"며 "이는 과거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딥 시크 코드 내에 차이나모바일의 온라인 레지스트리 사이트 'CMPassport.com'으로 사용자 정보를 전송하는 기능을 지닌 코드가 의도적으로 은폐된 듯한 모양새로 삽입돼 있었다는 게 차린니 CEO의 주장입니다. 이들은 "딥 시크에 가입하거나 로그인하는 사용자는 자신도 모르게 중국 내 계정을 만들게 돼 신원과 사용한 검색어 등이 중국 정부 시스템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미 국토안보부 차관을 지낸 존 코언은 ABC 방송 인터뷰에서 "국가안보 당국자들은 언제나 중국 기업들이 판매하는 기술제품에 중국 정부가 자료를 들여다볼 수 있는 백도어가 있다고 의심해 왔다"면서 "이번 사례에선 그런 백도어가 발견됐고 열렸으며 이는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미 하원 정보위원회 소속인 조시 고트하이머 의원도 "모든 정부 기기에서 딥 시크를 즉각 금지해야 한다"면서 "누구도 본인 기기에 내려받지 못하게 해야 하고 대중에도 알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오픈 소스인데 백도어 삽입? 지속되는 보안 관련 논란그러나 좀 이상합니다. 클린 코드 원칙 이야기를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을뿐더러, 소스가 공개돼 있는데 백도어를 다 보이게 심어놨다는 게 쉽게 납득하기 힘듭니다. 중국 레지스트리 사이트 역시 다른 단계가 아니라 로그인 단계에서 중국 통신사 네트워크 주소가 하드코딩되어 있다는 것을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는거죠. 그런데 실제 개발을 해 보면 서버 주소나 암호화 키 등은 암호화가 되어 숨겨집니다. 저렇게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더 어색하죠.일각에서는 이를 보고 '중국의 세계 감시', '기술 탈취'를 이야기하지만 아직까지 드러난 바에 따르면 과도한 공포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는 것입니다. 정말로 숨길 의도가 있었다면 더 깔끔한 방법으로, 티나지 않게 숨길 수가 있거든요. 많은 사람들은 이런 갑작스러운 차단에 대해 미국이 OAI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내세우는 가운데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족하면서 딥 시크의 등장이 달갑지 않아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참가국들을 통해 압박을 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실제 미국 FCC(연방통신위원회, Federal Radio Commission)은 차이나모바일을 국가안보 위협으로 지정하기도 했는데, 이 상황에서 딥 시크 로그인 페이지에서 해당 기업의 코드가 발견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더 문제시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도 있습니다.딥 시크 보안에 대한 우려와 중국 정부의 반발각국 정부와 기업이 보안 우려에 따라 중국 AI 모델 딥 시크 사용 금지에 나서자, 중국은 불법 데이터 수집은 없다며 반발에 나섰는데요.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국가 안보 개념을 일반화하고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하는 방식에 일관되게 반대해왔다"며 "지금껏 기업 혹은 개인에 위법한 형식으로 데이터를 수집·저장하라고 요구한 적도 없고 요구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중국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굳게 수호할 것이라며 경우에 따라 보복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국가정보법 상 모든 조직과 개인이 정부의 정보 활동을 지원하고 협력하도록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당국은 딥 시크가 수집한 해외 사용자의 데이터에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자체는 상존하고 있습니다. 실제 중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과도한 개인정보를 가져가는 모습을 보여줬거든요. 물론 아직까지 딥 시크가 이런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 증명되진 않았지만, 이번 딥 시크 사태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다투는 것은 AI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개인정보 보호, 데이터 주권, 국가 안보, 기술 헤게모니 등 다양한 문제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국가 간 데이터 흐름을 관리할 통일된 프레임워크의 필요성사실 국제사회는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EU의 COMPL-AI 프레임워크입니다. 이 프레임워크는 AI 모델의 해킹 위험과 편향성을 체계적으로 평가하는 기술적 규제의 선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EU AI Act의 6대 윤리 원칙을 27개의 기술 벤치마크로 구체화하여, 프롬프트 유출이나 목표 변조와 같은 사이버 보안 위협에 대한 모델의 취약성을 진단하고, HarmBench 데이터셋을 활용해 인종과 성별 편향성을 정량화 합니다. 오는 2025년 4월부터 EU AI Act의 공식 감사 도구로 활용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범 국가 간 단일 모델, 통일 프레임워크는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그리고 국가 간 데이터 흐름, 소위 크로스보더 데이터 흐름에 대한 관리의 중요성 역시 부각되게 되었습니다. EU의 GDPR, Data Act, 미국 법무부(DOJ) 등의 정책이 충돌하게 된거죠. 프레임워크를 비롯해 데이터 관리에 있어서 까지 국제 공조, 조화가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중간의 다툼도, AI의 미래를 위한 경쟁도 좋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이 안전한 시스템을 쓸 수 있도록 투명한 체계를 만드는 것이 피할 수 없는 AI의 대두 시대, 그리고 그 시대에서 살아갈 인류의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내용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Feb 13 2025
올해 가장 많이 뉴스에 오르내릴 무역 이슈로는 단연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꼽힙니다. 실제로 지난 1기 정부 시기 미-중 무역분쟁을 시작했던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20일 미국 대통령에 공식 취임하면서 새롭게 미-중간 갈등이 다시 재점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는데요. 이미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에 대한 공세와 압박에 적극 나설 것임을 본인의 SNS 등을 통해 수 차례 언급한 적 있었습니다. 중국에 강력한 보복 관세를 물리는 것은 물론 반도체 부문 등 각종 규제를 통해 중국을 옥죄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천명해 왔죠.트럼프 대통령 2기의 시작, 새로운 사이버 냉전의 시작 통상뿐만 아닙니다. 양국간의 사이버 전쟁 역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한국시간 17일, 블룸버그는 지난해 말 있었던 미국 재무부 해킹 당시, 중국 해커가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컴퓨터까지 침입, 비밀로 지정되지 않은 40여 개의 파일에 접근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해커들은 또한 윌리 아데예모 재무부 부장관과 브래드 스미스 차관 대행의 컴퓨터에도 침투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미 재무부는 중국 해커들이 400대 이상의 노트북, 데스크톱 컴퓨터와 함께 재무부 고위 관리들의 컴퓨터에 침입해 직원들이 사용하는 유저명과 비밀번호는 물론 기밀이 아닌 3,000개 이상의 파일에 접근했다고 언급했습니다. 다만 해커들은 제재와 정보 및 국제 문제에서 재무부의 역할 파악에 초점을 맞췄고 내부 이메일이나 기밀 시스템에는 침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재무부는 해당 사건에 대해 여러 정황을 토대로 중국 정부가 후원하는 APT(Advanced Persistent Threat / 지능형 지속 위협) 행위자의 소행으로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밝힌 중국의 공격은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중국의 사이버 공격과 관련하여 중국 당국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볼트 타이푼(Volt Typhoon), 솔트 타이푼(Salt Typhoon), 플랙스 타이푼(Flax Typhoon)등 3개의 거대 사이버 스파이 활동 조직을 확보, 그 위협 요인을 제거하거나 피해를 복구 중이라는 보도가 월스트리트 저널을 통해 보도된 바 있었습니다.미국을 대상으로 하는 중국의 대규모 해킹 공격가장 최근 적발된 사이버 공격집단인 플랙스 타이푼은 중국 기업 '인티그리티 테크놀로지 그룹'의 지원을 받는 사이버 해커 조직입니다. 지난 1월 4일 미 재무부가 성명을 통해 발표한 내용도 이런 내용을 뒷받침합니다. 재무부는 "Integrity Technology Group(이하 인티그리티)이 중국 정보국의 지시를 받는 대규모 해킹그룹 Flax Typhoon(플랙스 타이푼)을 지원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인티그리티는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기업으로 중국 정부와 대규모 계약 관계에 있는 회사인데, 이 집단은 미국과 베트남, 루마니아 등 19개국에서 26만개가 넘는 소규모 사무실과 홈오피스 네트워크망, 사물인터넷(loT) 등에 악성 소프트웨어를 심는 방식으로 활동해왔습니다. 심지어 솔트 타이푼은 미 법무부의 감청 시스템에까지 파고들어 전화번호 데이터 등 민감한 정보를 빼냈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중국 정부의 반박과 미국측 사이버 공격에 대한 갈등 양상이에 대해 중국도 강하게 반격에 나섰습니다. 중국 정부는 미 재무부의 발표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하며 인터그리티와 플랙스 타이푼 간 의혹과 관련해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된 허위 정보"고 반격했습니다. 또한 중국 국가인터넷응급센터(CNCERT)는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미국이 첨단 기술 기업을 대상으로 사이버 공격을 감행, 대량의 무역 비밀이 유출됐다"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첨단 소재 연구소와 지능형 에너지 기업이 공격 대상이었다고 밝혔습니다.미국과 중국의 이런 날 선 해킹 공방은 단순한 사이버 공격을 넘어 총체적 갈등의 연장선으로 보이는데요. 단순히 갈등 구도를 떠나 미국 정부는 중국이 자국 정부와 연관된 해커들을 활용해 대규모 스파이 활동을 벌이고 있을 것이라는 추정 하에 실제로 조사에 나서는 등 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공식 출범하면 더 강경하게 대중국 보복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예상되는 중국 제재조치 중국에 대한 미국의 사이버전쟁 구도 역시 어느 정도 알려지고 있는데요.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중국전신(中國電信)의 미국 내 사업을 전면 금지하는 절차에 돌입했다고 합니다. 실제 미국 상무부는 중국전신 미국 법인(China Telecom Americas)에 제재 절차의 근거가 적시된 예비조사 결과를 통보, 여기에는 중국전신 미국법인의 미국 통신망 잔류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이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고 합니다. 이 같은 처분은 트럼프 정부의 출범과 함께 단행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이 사건 이후 백악관의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 보좌관과 앤 노이버거 사이버 및 신흥 기술 담당 국가안보부 보좌관은 미국 주요 통신사 경영진을 초청해 해킹 관련 정보 공유 회의를 열고, 참석자들은 중국의 사이버 공격 표적은 미국 정부 네트워크는 물론이고 미국 업계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은 자신의 휴대전화가 중국 해커에 의해 해킹 당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AP통신은 지난 10월 25일 중국 해커들이 밴스 부통령 후보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의 휴대전화에 대해 해킹을 시도했다고 보도한 적 있습니다.그 뿐만이 아닙니다. 차기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크 왈츠 연방 하원의원은 현지시간 15일, 중국의 해킹 공격에 강력한 경고를 보냈는데요. 그는 미 CBS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중국이 최소 8개의 미국 통신회사를 해킹해 고위 당국자와 정치인의 통신 기록에 접근했다는 당국의 발표에 대해 "완전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고, 훨씬 더 강력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라 하며, "우리는 공격을 가하고 계속 우리의 데이터를 훔치고 염탐하는 민간 및 국가 행위자에게 더 비싼 비용과 대가를 부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미중 양국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긴장과 갈등 고조VOA 역시 미중 충돌과 대비하여 중국 해커들이 사이버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모건 애덤스키 미국 사이버사령부 사무총장의 발언을 인용하여 작년 11월 있었던 사이버워콘 보안 컨퍼런스 연설에서 중국과 연관된 사이버 작전들이 미국과의 주요 갈등 국면에서 이득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모건 사무총장은 중국 연계 해커들이 네트워크를 침해하고 갈등 상황에서 파괴적 공격을 실행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해왔으며, 주요 시설의 난방, 환기, 공조 시스템을 조작하고 에너지 및 수도 통제 시스템을 방해하는 등의 잠재적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죠.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중국의 사이버 작전을 약화하고 방해하기 위해 동시다발적이고 공격적이며 동시에 방어적인 활동을 전 세계적으로 실행했다"고 첨언했습니다.그런 이유에서 인지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16일(현지시간) 정부, 기업 및 개인 등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공격에 대한 방어 체계 강화를 위한 행정명령을 발표했습니다. 비단 트럼프 행정부뿐 아니라 바이든 행정부도 이를 실재하는 위협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이날 공개한 설명자료에 따르면 이번 행정명령은 랜섬웨어 공격을 포함한 사이버 공격자를 처벌하기 위한 제재의 효과성을 강화하도록 했다고 합니다.더욱 강화되는 미국의 보안 기준과 개인정보보호 정책이번 행정명령에 포함된 내용은 강화된 보안 기준을 적용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는 증거를 요구하고,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모바일 운전면허증과 같은 디지털 신분증 및 검증 시스템 도입을 촉진하며, 피싱 방지를 위한 최신 기술 사용을 촉진하고, 이메일과 화상회의를 포함한 연방 통신망 보호를 위한 암호화 사용을 요구했습니다. 또한 미래의 보안 요건 역시 충실히 반영했습니다. 에너지 분야의 중요 인프라에 대한 사이버 방어를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하도록 촉진하는 내용과 함께 양자내성암호(PQC) 도입을 가속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죠.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사이버 공격을 통한 악의적인 활동은 미국의 국가 안보, 외교 정책, 경제에 계속해서 비정상적이고 특별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면서 "제가 발표한 행정명령 제9조는 이러한 국가적 비상사태를 해결하고 미국과 동맹 및 파트너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통한 악의적인 활동의 증가 및 진화하는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미중 사이버 분쟁은 이제 더 이상 경고나 아젠다, 헤게모니 확보 차원에서 요구되는 이슈가 아닙니다. 특히나 사이버공격의 특징 상, 온라인 상태만 되어 있다면 국적을 가리지 않고 피해를 입을 수 있기에 양국 사이에서 조율을 해야만 하는 한국의 경우는 보안 사고나 유출에 더욱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Jan 23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