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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 4,000만 명 개인정보 유출 논란! 진짜 문제는 보안 기술이 아니라 보안 정책?

18 October 2024

카카오페이가 중국 핀테크 기업인 앤트그룹 계열사 알리페이로 개인신용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고객의 동의를 받지 않은 개인정보를 유출, 그 과정에서 위법적 요소가 발생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법률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는 반면 카카오페이는 위탁업무를 비롯한 정상적인 영업활동이어서 동의가 필요 없고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도 없다고 맞서고 있는데요.


유출 사태 핵심 쟁점 2가지, 해시 알고리즘과 애플 ID 개인신용정보 식별 여부 

양측이 동일한 사안에 대해 정반대로 해석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향후 치열한 법리 다툼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그런데 기술적 측면에서, 규제 준수라는 준법 적 측면에서 과연 문제가 없는 걸까요? 한번 천천히 이 사건을 곱씹어보도록 합시다. 핵심이 되는 쟁점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SHA-256이라는 해시 알고리즘(금감원에서는 암호화 프로그램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을 사용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애플 ID에 매칭되는 개인신용정보의 식별 여부입니다.

금감원은 카카오페이가 공개된 암호화 프로그램 중 가장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암호화 프로그램인 SHA-256을 사용하였고, 해시 처리를 위한 함수에 랜덤 값을 추가하지 않고 전화번호/이메일 등 해당정보 위주로만 설정하였기 때문에 일반인도 복호화 가능한 수준으로 원본 데이터 유추가 가능하다고 했는데요. 이 문제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먼저 SHA-256(혹은 SHA-2)가 무엇인지 이해해야 합니다.


SHA(Secure Hash Algorithm)을 활용한 데이터 암호화의 중요성 

SHA-2는 SHA-224, SHA-256, SHA-384, SHA-512를 총칭해서 부르는 말인데요. SHA는 Secure Hash Algorithm의 약자를 의미합니다. 안전하게 해시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라는 뜻으로 미 국가안보국(NSA)이 1993년에 처음으로 설계, SHA-0과 SHA-1을 거쳐 미국 국가 표준으로 지정한 알고리즘입니다. 

그렇다면 해시 함수(Hash Algorithm)는 무엇일까요? 해시 함수란 임의의 길이로 들어오는 데이터들을 고정된 길이의 데이터로 만들어주는 일종의 변환 도구입니다. 특히 이 해시 함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건은 충돌 저항성인데요. 주어진 입력값이 다른 경우에 동일한 해시 결과물을 발생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활용하여 비밀번호를 사용할 때 적절하게 해시 함수를 적용하면 평문으로 입력된 데이터를 식별하기 힘든 고정된 길이의 데이터로 변환, 원래의 데이터를 복구하지 못하게 하면서 정합성 여부를 안전하게 검토할 수 있게 되죠. 서버나 데이터베이스에 비밀번호 평문을 저장하면 유출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방식을 택한 것입니다.

금감원측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은 SALT를 더하지 않은 단순 SHA-256 해시를 사용해서 전화번호를 해시했다는 것입니다. SALT는 데이터, 비밀번호, 통과암호를 해시 처리하는 단방향 함수의 추가 입력으로 사용되는 랜덤 데이터입니다. 소금이 갑자기 암호 이야기에서 왜 나올까요? 

요리를 할 때, 우리는 맛을 내기 위해 소금이나 후추를 첨가합니다. 원래 해시 함수는 암호화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원문 데이터를 해싱하기 전에 임의의 데이터를 첨가하는 기술입니다. 이 SALT나 Pepper를 사용해서 보안 취약성을 보완하는거죠.

두 방식의 차이는 개인마다 랜덤하게 생성되는 값으로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는지(SALT),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며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지 않는지(Pepper)만 다를 뿐이죠.


​​개인 정보 유출 사태는 SALT를 사용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

금감원의 주장은 SALT를 사용하지 않아서 문제라는 겁니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휴대전화 번호를 구성하는 체계는 010-XXXX-XXXX로 총 10^9개의 조합이기 때문에 1억개의 전화번호-해시값 테이블만 만들어 놓으면, 해당 신용 정보의 주인이 어떤 전화번호를 사용하고 있는지 손쉽게 알아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1억개의 SHA-256 해시값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의 컴퓨터로도 10분이내에 가능한데요. 이런 해킹 방식을 '레인보우 테이블(Rainbow Table)'이라고 말합니다. 레인보우 테이블은 특정 해시 함수에 대해 입력되는 모든 값과 거기에 대한 모든 출력값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정리해 놓은 자료입니다. 해시 값에 대해 이러한 테이블을 활용한다면 언젠가는 해당 서버에서 활용된 해시 함수를 유추하거나 비밀로 가려둔 평문을 해석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SALT나 Pepper를 함께 사용해야 한다는거죠. 과거 2012년, SALT를 추가하지 않은 해시값으로 비밀번호를 만들었다가 해커에 의해 비밀번호 유추 공격을 받은 링크드인(LinkedIn) 사태를 생각하면 금감원의 지적도 일리가 있습니다.


​휴대전화 번호체계가 가진 근본적 보안 취약점

그런데 금감원의 지적은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지적입니다. 바로 휴대전화 번호체계 자체에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경우의 수가 1억 개 밖에 안돼서 SALT가 있으니 없으나 무관하다는 거죠.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대두되면서 GPU를 사용한 해시 함수 사용이 매우 보편화되었고, 거기다 SHA-2를 풀기 위해서 존재하는 전용 ASIC(Application Specific Integrated Circuit, 주문형 반도체)가 다양한 중국 생산자들에 의해 저렴하게 시장에 풀렸기 때문에 더더욱 이런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SHA-2 + SALT를 사용한 암호화 기법보다 더 강력한 기법들이 추천되는 상황입니다. SHA 자체가 고속 처리를 위한 해시 함수에서 출발한 함수이기 때문에 보안을 계속 더해도 취약성 자체는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현대의 크래킹 기술에 0~9 사이의 숫자 8개 조합, 총 1억개 밖에 안되는 휴대전화 번호체계의 한계가 결합하면 SALT는 추정할 필요조차 없어집니다. 금감원의 지적에 구멍이 생겨버리는 겁니다. 

1억번 연산은 ASIC도 아니라 게이밍 GPU 수준에서 0.05초만에 찾을 수 있습니다. ASIC을 사용하면 거기에 10만배(10^5)만큼 더 빨라지겠죠. 실제 SALT는 해시의 시도횟수를 SALT의 엔트로피만큼 증가시키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레인보우 테이블 공격을 막기위해 존재하기 때문이죠. 전화번호라는 모든 테이블이 확보되어 있다면, 현실적으로 단순대입법(Brute Force) 공격을 막을 수 없습니다.


​보안성이 더욱 강화된 다양한 해시 알고리즘들

정말 문제는 최근 암호학계에서 추천되는 Argon2, Balloon Hashing과 같이 GPU를 사용한 공격에 저항성을 극대화한 알고리즘을 사용하지 않고 SHA-2에 집착하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Argon2의 경우 연산 시간 및 메모리 사용 정도를 조절하여 알고리즘의 복잡성을 더욱 강화할 수 있으며, 현재까지 알려진 공격에 대해 강력한 보안성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Balloon Hashing은 이와 반대로 비밀번호와 SALT를 반복적으로 해시하여 보안성을 보다 강하게 확보하는 접근 방식을 택했죠. 

굳이 최신 기술이 아니라도 됩니다. 과거에 만들어진 BCrypt 역시 아직도 유효합니다. Bcrypt는 강력하긴 하지만 GPU가 만들어지기 전에 설계된 해시 함수라서 GPU를 사용한 공격에 취약하다는 한계점이 있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시 함수 처리 자체가 느려서 단순대입법 공격에 대한 강한 저항성을 확보하고 있는데,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보안적 이점을 제공합니다. 

과거에 만들어진 알고리즘은 해시를 복잡하게 여러번 해서 연산 자체를 느리게 하는 것에 집중했는데(PBKDF2, BCrypt) 컴퓨팅파워가 좋은 요즘은 메모리 자체의 저항성 확보(Memory-hardness)에 집중합니다. 이 방식을 적용한 해시 함수가 Argon2, Balloon이죠.


​카카오페이가 개인정보 데이터에 SHA-2 사용을 고집한 진짜 이유?

이런 상황임을 알면서도 카카오페이는 왜 하필 SHA-2를 썼을까요? 놀랍게도 이건 한국 규제 당국에서 정한 안전한 암호 알고리즘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2020년 12월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발간한 「개인정보의 암호화조치 안내서」에 따르면 안전한 일방향 암호 알고리즘은 'SAH-224/256/384/512'로 SHA-2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문서에는 "권고 암호 알고리즘은 기술변화, 시간 경과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암호화 적용 시 국내외 암호 관련 연구기관에서 제시하는 최신 정보를 확인하여 적용이 필요하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문제는 공무원들이 이 문서화된 근거에 따라서만 판단하다보니 "SHA-2가 아니면 안된다"고 판단하고 규제를 하게 된 것입니다. 보안을 지키자니 보안 규제에 어긋나서 인증을 받을 수 없고, 인증을 받고 보안 규제를 지키자니 보안을 포기해야 하는 딜레마가 발생하는 겁니다.


​또 다른 쟁점, 애플 결제시스템을 위한 NSF 스코어 

두 번째 쟁점은 NSF 스코어입니다. 애플은 애플ID 일괄 결제를 위해 애플 결제시스템 운영에 필요한 고객 신용점수인 NSF 스코어(Non-Sufficient-Funds)를 제휴 선결 조건으로 요구한 바 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NSF 스코어 산출 명목이라면 산출 대상 고객의 신용정보만 제공해야 하는데 전체 고객의 신용정보를 제공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신용정보 처리 위탁에 해당하기 위해선 카카오페이의 관리 하에 알리페이가 정보를 처리하는 등 여러 요건을 만족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는데요.

카카오페이측은 이에 대해 "애플의 앱스토어 결제수단 제공을 위한 정상적 고객 정보 위·수탁"이라고 해명하면서 신용정보법 17조 1항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법령에 따르면 개인신용정보의 처리 위탁으로 정보가 이전되면 정보 주체의 동의가 요구되지 않는 것으로 규정되는데, 해당 정보는 위탁자인 카카오페이가 원활한 업무 처리를 위해 제3자에게 정보 제공을 하는 것이라 사용자 동의가 불필요하다는 주장이죠.

금감원은 이에 대해 다시 반박하면서 "이번 사례를 업무 위·수탁으로 보려면 알리페이 같은 전자지급 결제대행(PG)의 본업이 NSF 스코어 산출이어야 할텐데 PG사의 일반적 업무는 대금결제"라며 "카카오페이는 업무 위·수탁 계약서를 제출하지 못했고, 알리페이를 관리·감독했다는 증거도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카카오페이는 다시 "누구의 정보인지 식별할 수 없는, 절대 해독이 불가능한 정보를 전달했기 때문에 신용정보법상 위반사항이 아니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망분리 정책으로 보는 보안 정책의 현실과 한계

두 번째 문제의 쟁점 역시 '해독 가능성'의 여부인데요. 결국 SHA-2가 인정되는지 아닌지를 검토하는 해시 함수의 선정 문제로 넘어가게 됩니다. 규제에 의해서 보안이 역으로 해쳐지는 이런 문제는 다른 곳에도 있습니다. 바로 망분리입니다. 

한국에서는 앞서 언급한 SHA-2와 같이 망분리를 안전을 위해 강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망분리는 수많은 방법 중 하나일 뿐이지 만병통치약이 아니에요. 이 방법을 강제하니까 당국과 은행 등 다양한 기업은 망분리에 모든 보안을 의존해버립니다. 그 덕분에 분리된 망 안쪽엔 아무런 규제가 없고, 보안사고가 발생해도 "망분리를 무력화했으니 어쩔 수 없다"며 면피할 수 있게 됩니다. 

법적으로도 책임이 사라지죠. 국가에서 권고한 대로 한 거니까요. 이런 정책은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선 수단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최종 목적인 보안을 지키지 못했을 때 징벌적 처벌을 하죠. 지금과 같이 수단을 규제하고, 사고가 생겨도 규제를 완벽히 다 지켰으므로 책임이 덜어지고 처벌이 경감된다면 그 누구도 보안 사고 방지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실제 현행 보안 체계는 '은행의 업무 편의'나 '기업의 면피'에 모든 것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규제당국이 업무를 최소화하려는 경향,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향과 징벌적 손해배상을 거부하려는 기업들의 압박이 결합되어 실질적인 보안 효과는 없지만 허례허식으로만 작동하는 보안체계가 상당히 많습니다. 

우리는 이런 부분에 대해 집중해야 합니다. 계속 의문을 제기하고, 기업들이 보다 실질적인 보안 대응을 하도록, 당국은 기술의 발전과 별개로 폭넓게 기업의 책임을 다룰 수 있도록 꾸준히 의견을 내야겠죠.


최근 북한의 방산업체에 대한 공격 사고가 다수 발생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공격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선 안됩니다. 옛날에 쓰이던 보안 기술/방식에만 안주하고 있으니 그 북한에게도 기밀 유출 사고를 당하고, 국가 핵심 정보들이 다량 유출된거죠. 단순히 법령이 제정되던 시기에 써먹을 수 있는 기술만을 권고하는 것이 아니라, 실체적인 문제에 집중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텔렉추얼데이터는 기업의 중요 데이터를 취급하는 eDiscovery 진행 시 발생 가능한 보안 위협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하여 철저히 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신 보안 기술을 활용하고, 최신 공격 방식에 대한 연구와 내부 담당자 교육을 기반으로 데이터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eDiscovery 서비스가 필요하다면 대한민국 eDiscovery의 절대적 기준, 인텔렉추얼데이터를 만나보세요. 

  • Cyber Security
  • 전자증거개시 진행 시 불리한 증거를 고의로 감춘다면?
    전자증거개시 진행 시 불리한 증거를 고의로 감춘다면?

    영미법 상 민사 소송에서 필수적인 절차로 진행하는 전자증거개시 제도, 국내 기업들도 해외, 특히 미국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내 소송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제도이다 보니 다소 낯설기도 하고,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아직 많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전자증거개시 규정을 어길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소송 당사자가 스스로 불리한 증거를 공개한다고?국내 소송 기준으로 쉽게 이해 혹은 납득이 안되는 부분은 대부분 스스로 증거를 공개하는 디스커버리의 방식일 것입니다. 국내 민사소송에서는 각 소송 당사자가 자신이 필요로 하는 증거를 직접 수집하여 법원에 제출하지만, 미국 민사소송에서는 각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송 관련 증거를 스스로 정리해서 제출해야 합니다.물론 제출하는 증거 속에는 당사자에게 유리한 내용도, 불리한 내용도 포함되게 됩니다. 미국 소송 당사자인 양측이 소송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완전히 공개하기 때문에 국내 소송과 달리 증거 수집의 절차와 시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만약 불리한 증거를 숨기거나 조작한다면 어떻게 될까?이런 미국 민사소송의 증거 수집을 위한 전자증거개시 절차를 알게 되면 당연한 의문이 하나 들게 됩니다. 증거를 숨기거나 조작할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 말입니다. 특히 전자증거는 종이로 된 서류보다 조작이나 파기가 더 쉽기 때문에 전자증거개시를 회피하고자 하는 유혹이 더 강할 수 있습니다. 만약 진행하는 민사소송이 수백억, 수천억원대 규모라면 더더욱 재판의 결과를 좌우할 증거를 제출하지 않거나 조작하고 싶지 않을까요?물론 미국 법원에서도 소송 중 전자증거개시 규칙을 위반한 사례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위반 사례가 많은 편은 아니며, 대부분의 전자증거개시 절차는 완전히 투명하게 상호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고의로 전자증거개시 절차와 규칙을 위반하면? 벌금부터 최대 패소까지!이처럼 전자증거개시를 철저하게 지키는 배경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위반 시 아주 강력한 제재(Sanction)가 가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미국 소송 중 전자증거개시에 관한 규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가해지는 제재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매우 다양합니다. 징벌적 벌금 및 상대방 소송 비용에 대한 벌금을 부과하는 제재, 특정 주장 또는 반론을 금지하거나 법원에 증거 관련 사안의 제출을 금지하는 ‘의의/방어 제지’ 그리고 판사가 공식적으로 배심원에게 ‘불리한 사실’로 추정하도록 지시하는 ‘불리한 추정’ 등의 제재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제재는 재판 없이 소송에서 한 당사자가 승소한 것으로 결정하는 ‘궐석 재판’입니다. 이럴 경우 자칫하면 대규모 민사 소송에서 패소하여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입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매우 강력한 법원의 조치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전자증거개시를 고의로 위반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입니다. 다만 고의성이 없더라도 증거를 누락하거나 훼손할 경우 제재가 가해질 수 있기 때문에 실제 미국 민사소송 진행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전문기업과 함께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인텔렉추얼데이터는 지난 5년간 150건 이상의 누적 진행 케이스 경험을 갖춘 전자증거개시 전문기업으로 국내 기업에게 가장 적합한 솔루션과 전문 컨설팅을 제공합니다. 

    Oct 22 2024

    다시 시작된 기아 보이즈의 악몽? 미국 자동차 시장의 특수성과 API 취약점이 만든 새로운 차량 해킹 위협
    다시 시작된 기아 보이즈의 악몽? 미국 자동차 시장의 특수성과 API 취약점이 만든 새로운 차량 해킹 위협

    2022년 8월, 틱톡에서 소위 'Kia Challenge'라며 현대/기아 자동차를 훔치는 것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이모빌라이저가 없는 구형 현대/기아 자동차를 노려 도둑질하는 영상이 유행처럼 번진 것인데요. 이런 도둑질을 하는 10대 비행 청소년들은 일명 '기아 보이즈(Kia boys)'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이들에게 특히 현대/기아차가 먹잇감이 되었던 것은 취약한 보안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었습니다. '엔진 이모빌라이저' 장치가 없어 쉽게 훔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엔진 이모빌라이저에서 시작된 기아 보이즈 사태엔진 이모빌라이저는 도난 방지용 시동 제어장치로, 자동차 키를 꽂는 곳에 특정 암호를 저장한 칩을 내장하는 장치입니다. 차주가 이 암호와 같은 번호를 가진 자동차 키를 꽂아야 잠금장치가 해제되고 자동차에 시동이 걸리게 되죠. 유럽연합(EU), 캐나다 등은 차량 내 이모빌라이저 장착을 법으로 의무화했으며, 국내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스마트키·버튼 시동 시스템 또한 이모빌라이저 기능을 기본으로 합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여전히 선택 사항이었고, 구 현대/기아차의 취약점이 노출됐죠.실제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는 신고가 들어온 도난 차량 가운데 66%가 현대/기아차인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는데요. 현대는 부랴부랴 모든 판매 차량에 자체적으로 이모빌라이저를 표준 탑재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구버전 차량들에는 문제가 있었죠. 이런 이유로 미국의 대형 자동차보험사 일부는 현대/기아 차량에 대한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아예 신규 보험가입을 거부하기도 했습니다.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도 막지 못한 차량 도난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월, 현대자동차측은 도난방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 추산치로 약 830만대 규모의 업데이트를 했지만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업데이트 이후 15시간만에 2020년 기아 옵티마(K5)가 도난을 당한 것이죠. 전문가들은 USB 케이블을 이용한 기존 도난 수법이 적용되었다고 분석했습니다.현대자동차 미국 법인측은 보완책으로 보안 키트를 추가로 개발해 고객들에게 제공했습니다. "우리가 제조한 차량은 모든 미국 안전 기준에 부합하거나 초과한다"면서도 "차량 절도 방법을 무력화할 수 있는 새 보안키트를 10월 1일부터 판매하겠다"고 설명했는데요. 하지만 소송은 막지 못했습니다. 미국 내 여러 주에서 현대기아를 상대로 도난사건 발생에 관련해 집단소송이 제기되었죠. 위스콘신을 포함한 7개 주 법원에서는 최근 '설계 결함으로 차량이 도난당했다'며 현대차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이 잇따라 제기되었는데요. 현대측은 미국 당국이 요구하는 도난 방지 요건을 갖췄다고 맞섰지만 결국 최대 2700억 원 가량의 현금 보상이라는 합의점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차량 번호만 알면 원격 제어 가능? 새로운 차량 해킹 악몽문제는 현대에게 또 시련이 다가왔다는 겁니다. 차량 번호만 알고 있으면 원격제어가 가능한 희대의 취약점이죠. 지난 26일, 화이트 해커이자 취약점 현상금 사냥꾼 샘 커리는 자신의 유튜브에 '기아툴(Kia Tool)'이라는 커스텀 어플리케이션으로 2022년형 기아 EV6를 해킹하는 모습을 직접 게시했습니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던 걸까요?그 원인은 취약한 API 구조와 미국 시장의 특수성에 있었습니다. 미국 시장에서 차량 딜러의 권한은 꽤나 큰데요. 우리나라에서 차량을 구매할 때는 자동차 제조 회사에 소속된 영업사원과 대리점에서 상담을 하게 됩니다. 영업사원을 거치는 구조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자동차 제조 회사에서 직접 고객이 사는 거죠. 고객은 원하는 차에 대한 옵션을 선택하고 대리점에서는 이걸 주문해 주는거죠. 주문대로 공장에서 생산해 주는거고요.하지만 미국은 '딜러가' 원하는 차를 딜러가 미리 주문해서 받고, 그것을 다시 고객에게 파는 시스템입니다. 또 한국과 달리 딜러는 각 주의 DMV(Department of Motor Vehicles)와 협상하여 번호판을 발급해주는 역할도 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권한이 상당히 강력합니다. 고객들 차대 번호만 알고 있으면 고객 개인정보를 모조리 출력해 볼 수도 있고, 차량 소유주의 개인정보를 임의로 변경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자동차 딜러가 되기 위해선 교육을 이수하고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합니다만, 이렇게 잠재적으로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것 자체부터 보안 취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현실로 일어났죠.사물인터넷(IoT) 기능 위한 API에서 발견된 보안 취약점기아자동차 역시 시대에 맞춰 사물인터넷(IoT) 기능을 채택하고 있는데요. 자동차 잠금을 해제하는 등의 원격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WebAPI를 사용해서 통신합니다. 문제는 이 API 서버의 구조였습니다. 앞서 딜러의 역할이 크고 많은 것을 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딜러의 세션 키와 VIN, 차대 번호만 알고 있으면 특정 차량의 소유자 정보를 변경할 수 있게 됩니다.문제는 딜러로 가입해서 세션 키를 발급받는 것은 별다른 제약 없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딜러 시스템과 API 서버는 분명히 별개로 분리되어 있었지만, 이 딜러 시스템이 API 서버와 거의 동일한 API 구조로 만들어져 있어서 도메인 앞부분만 변경하면 거의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공격자는 임의로 딜러 토큰을 생성하고 → 해당 토큰으로 공격 대상 차량의 VIN을 입력해서 개인정보를 받은 뒤 → 차량 소유자 개인정보를 공격자로 변경하고 → 차량 원격 조작 API 서버에 붙어 원격 조작을 수행, 차량을 탈취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그런데 이 취약점이 현대차에만 작동하는 것은 아니었다는 게 문제입니다. 벤츠, BMW, 모든 일본차 브랜드, 심지어 롤스로이스까지 완전히 동일한 방식으로 차량을 탈취할 수 있었던 겁니다. 벤츠의 경우 이 딜러 계정으로 웹 사이트의 소스 코드가 담긴 Git 보관소에 접근할 수 있기까지 했습니다. 이것은 사람에 대한 라이선스 발급과 교육 등으로 안전장치를 만들어 놓았다 하더라도 본질적으로 비지니스 로직 자체가 취약점을 가지고 있고, 가장 약한 취약점 고리가 드러나는 순간 보안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API의 근본적 보안 문제, 기술적인 안전장치 필요해기본적으로 API는 숨길 수 없고, 쉽게 찾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또한 요즘 차량들은 모두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 구조라서 공격할 수 있는 방법이 매우 많기도 하죠. 물론 이 취약성은 지난 6월에 발견, 9월 26일에 모두 조치되었음이 확인 및 공개되어서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으로 차량을 탈취당한 피해자도 아직까지는 없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취약점으로 12개 완성차 브랜드 웹사이트를 해킹할 수 있었했고, 수백만대 차량을 원격 제어할 수 있었습니다.이번 사건에 대해 스테판 새비지 교수는 "스마트폰 지원 기능을 통해 젊은 층에 어필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이 웹사이트를 통해 차량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취약점을 늘렸다. 이러한 사용자 기능과 클라우드 기능을 휴대폰에 연결하면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공격이 시작된다"고 말했습니다.많은 기업들이 보안 프로세스를 채택하면서 기술적인 방어만 중시하기도 하고, 업무체계 부분의 방어만을 중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항상 보안 취약점은 가장 취약한 연결고리를 끊고 들어온다는 것입니다. 그 고리가 제도 등의 문제로 개선될 수 없다면, 단순히 라이선스를 소유한 사람의 도덕성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이중 삼중의 방어장치를 통해 보다 더 꼼꼼한 방어 조치가 수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Oct 18 2024